애그니스가 말한 대로 될 것이다. 그들은 결혼할 것이다. 그는 남편이자 아버지가 될 것이고, 삶이 시작될 것이고, 이것, 이 모든 것, 이 집, 아버지, 어머니, 작업장, 장갑, 이 집의 자식으로 사는 삶, 고되고 지긋지긋한 장갑 사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이 아이, 애그니스 뱃속의 아이가 모든 것을 바꿔줄 테고 자신이 증오하는 삶에서, 도저히 같이 살 수 없는 아버지에게서, 더는 견딜 수 없는 이 집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다. 애그니스와 같이 날아갈 것이다. 다른 집으로, 다른 마을로, 다른 삶으로. (전자책 기준 28%)
이 거래에서 자기가 이득을 보리란 사실을 상대방에게 드러내지 않으려 할 때의 표정이다.
탐욕스러운 표정. 기쁨을 억누르는 표정. 아들은 등골까지 미치는 오싹한 한기를 느낀다. 두 손으로 의자 가장자리를 꽉 붙든다. (전자책 기준 28%)
믿을 수가 없다. 도저히. 자기와 애그니스가 부지불식간에 아버지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그 생각을 하자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휼랜즈에서, 숲에서 황조롱이가 옷감처럼 펼쳐진 나뭇잎 사이를 바늘처럼 뚫고 급강하할 때 있었던 둘만의 일을 아버지가 밧줄처럼 배배 꼬아 그걸로 나를 이 집에, 이 자리에 더더욱 단단히 붙들어놓게 되다니.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참을 수 없다. 영영 여기를 못 벗어난다고? 이 사람, 이 집, 이 일에서 영원히 풀려날 수 없다고? (전자책 기준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