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에서는 현대 영국의 삽화책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이 주제에는 긴 역사도 의심스러운 역사도 없다. 삽화가 들어간 책이 처음 시작된 시기를 찾으려면 18세기의 마지막 25년만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그렇다고 그 이전 시대에 ‘삽화가 들어간’ 책이 어떤 형태로든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문학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가발이나 월계관을 쓴 ‘명사’들의 ‘조각’, 그 ‘경치화’와 ‘풍경화’, 경이로운 괴물들과 ‘흥미로운 고전 미술’을 자랑스럽게 뽐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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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스토서드와 블레이크, 플랙스먼이다. 스토서드는 벌써 50여 년 동안 삽화문학 분야에서 발군의 솜씨를 인정받아왔다. 만일 시인들에게 그에 관한 평가를 맡긴다면, 스토서드는 윌리엄 쿠퍼부터 새뮤얼 로저스에 이르는 작가 대부분에게 상상력과 재능을 빌려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소묘화가로서 스토서드의 재능은 보잘것없다. 스토서드가 그리는 인물은 척추가 없는 듯 축 처지고 힘이 없어 보이기 일쑤였고, 그가 묘사하는 아름다움은 진부했다. 그러나 함께 묶어 전체적으로 살피면 스토서드가 그린 그림은 대다수가 그야말로 절묘한 매력을 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