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이상과 현실은 늘 붙어다니는 성격 다른 친구 같아. 둘은 인생이라는 범주 안에 공존하면서 늘 세트로 붙어다니잖아. 각기 고유한 속성은 무해한데 둘이 나란히 붙였을 때 한쪽이 너무 강해지면 균형이 무너지고 마는, 까다로운 친구 사이 같아. 그놈의 이상과 현실은 늘 팽팽하게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상태여야지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로는 날 때부터 어느 한쪽을 더 많이 쥐고 태어나는게 아닐까 싶어. pp.126
내 결정에 확신이 있으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확신 없이 결정을 했는데 결과까지 좋지 않으면 그다음부터는 무언가 결정하기가 더 어려워 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나에 대한 확신도 사라지고, 자꾸 주변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는 거지. 마치 그 사람만이 이 문제의 정답을 알고 있을 거라는 듯이 말이야. pp.131
결국 내리지 못하고 휴대폰에 XX역에서는 5시 50분쯤 예쁜 석양을 볼 수 있다고 적어뒀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나는 건 고민 끝에 결국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야. pp.133
책임져야 하는 일들,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무언갈 쥔 손을 펴는 게 더 어려워지면서 이런 즉흥 적인 생각과 행동들을 점점 '낭만'이 아니라 '무모함'이 라고 생각하게 되나봐. 그런데, 아무리 무모하다 해도 '용감한 낭만'은 놓치고 싶지 않아. '용감한 낭만'은 결과를 앞서 생각하지 않고 우선 한 걸음 내디뎌보는 거야. 무모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용기가 발현될 때, 이런 시도가 설령 실패로 끝날지라도 점점 무뎌지고 굳어지는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pp.134-135
나이가 들어서도 현실적인 생각들에 짓눌려 어떤 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 일은 없길, 아쉬움과 후회로 울고 있지 않길 바랄 뿐이야. 언제든 세번째 걸음마를 뗄 준비는 되어 있으니까. p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