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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얻었으니까 얘기하겠다, 하지만 그 자유는 다시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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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가 자네 손에 들어갈 때쯤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겠지요. 이미 죽고 없을 겁니다.” 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술렁이던 가슴이 단번에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나는 다시 페이지를 거꾸로 넘겼다. 그리고 한 장에 한 줄 정도씩 거꾸로 읽어나갔다. 나는 짧은 시간 내에 내가 알아야 하는 사실을 알고 싶어, 어른거리는 문자를 눈으로 꿰뚫어보려 애썼다. 그때 내가 알려고 한 것은 오직 하나, 선생님의 안부뿐이었다. 선생님의 과거, 일찍이 선생님이 내게 얘기하겠다고 약속한 어두운 과거, 그런 건 이미 필요 없었다. 나는 페이지를 거꾸로 넘기다가 애가 달아 내게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전해주지 않는 긴 편지를 접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