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별것도 아닌 거야. 근데 이모, 그 말은 나만 할 수 있는 거야."
이모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꼭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묵은 상처들이 고개를 들었 다. 그런 순간의 감정을 나는 잊고 있었다. 좋은 것만 기억하려고 하면서, 내가 이모와 비슷한 환경에 놓였다면 이모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지 못했을 거라고 이모를 이해하려고 하면서. 그것이 이 모에 대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모는 가장 기본적 인 수준의 공감조차도 하지 않으려 했다.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냉정한 이모 앞에 선 일곱 살짜리 아이가 된 것 같았다. 분노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p.252
이모가 용기를 내서 말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이모는 칭 찬하는 법을 몰랐으니까. 이모가 남들 앞에서 나를 자랑한 적은 있지만 내게 직접 칭찬을 해준 적은 거의 없었다. 엄마나 아빠가 사람들 앞에서 겸손의 표시로 나를 깎아내릴 때면 이모는 필사적 으로 내 장점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이모의 마음을 알 았다. 이모가 사실은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대견해한다는 걸. 직접 적인 칭찬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전해지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모가 그렇게 말하자 목이 메었다. 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