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두 사람은 교착상태와 비슷한 긴 휴전에 들어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따로 보냈다. 이디스는 손님이 거의 오지 않는 집을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게 관리했다. 청소와 세탁과 광내기가 끝나면 그녀는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런 생활이 만족스러운 듯했다. 그녀가 윌리엄의 서재에 들어오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녀에게 서재는 없는 존재인 것 같았다.
p.143-144
처음에 그는 자신의 책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래서 그것을 양손으로 들고 아무 장식이 없는 표지를 쓰다듬다가 책장을 펼쳤다. 섬세하고 활기 찬 아이 같았다. 그는 책으로 완성된 자신의 원고를 다시 읽고 나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나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얼마쯤 시간이 흐르자 그 책을 보는 일에 진력이 났다. 하지만 자신이 책을 썼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경이가 느껴졌으며, 자신이 그토록 커다란 책임이 따르는 일에 무모하게 나섰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