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네 엄마 이름과 똑같은 이름이었다. 네 엄마는 그렇게 하면 네가 어디에 있든, 언제나 널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pp. 240 (양장본 기준)
처음에는 그런 네 엄마가 원망스럽더구나. 왜 이렇게 나를 못난 사람으로 만들까. 왜 사랑하는 사람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까. 왜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을까. pp. 241 (양장본 기준)
엄마의 마지막은 네가 태어나는 날이었다. 못난 아빠는 네 탄생을 축하해 주지 못했다. 네 엄마 대신 네가 태어났다는 모진 생각까지 했었다. 네 생일이면 어김없이 네 엄마가 떠올랐다. 때문에 아빠는 네 생일 한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 참 후회되는 일이다. pp. 242 (양장본 기준)
사고는 네 예쁜 이마에 흉터로 남았고, 아빠의 마음속에는 두려움으로 남았다. 그땐 모든 게 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어쩌면 너조차 지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가득 메웠다. 네 엄마를 잊지 못한 만큼, 그 죄책감만큼 네가 두려웠다. 엄마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너와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pp. 243 (양장본 기준)
내가 느꼈던 두려움을, 그 고통을 너까지 받게 될까, 혹시라도 네가 죄책감을 가질까 두려웠다. 그럴수록 아빠는 입을 다물고 너에게 비밀을 만들었다. 고통보다 차라리 모르는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탓이다. pp. 244 (양장본 기준)
아빠는 늘 네 곁을 맴돌기만 했구나.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바보 같은 생각을 했었다. 너에게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해서 늘 미안하다. 겁쟁이처럼 늘 숨기기만 해서 미안하다. 너무 늦은 사과라는 걸 알지만, 이 편지가 네 마음의 문을 여는 노크가 되었으면 한다. pp. 246 (양장본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