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 울음을 통해 기를 쓰고 꾸민 자신으로부터 비로소 놓 여난 것 같은 해방감을 느꼈어요. 그러고 나서 요 며칠 동안은 울고 싶을 때 우는 낙으로 살고 있죠. 그러느라고 증조모님 제 삿날도 깜박했을 거예요. 은하게도 떠내려가는 판에 한 번 뵙 지도 못한 시댁 조상 제삿날이 남아났겠어요. 이제부터 울고싶을 때 울면서 살 거예요. 떠내려갈 거 있으면 다 떠내려가라 죠, 뭐.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꾸미는 짓도 안 할 거구요.pp. 208-209
생 때같은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에서 소멸했어요. 그 바 람에 전 졸지에 장한 어머니가 됐구요. 그게 어떻게 아무렇지 도 않은 일이 될 수가 있답니까. 어찌 그리 독한 세상이 다 있 었을까요. 네, 형님? 그나저나 그 독한 세상을 우리가 다 살아 내기나 한 걸까요? 혹시 그놈의 것의 꼬리라도 어디 한 토막 남아 숨어 있으면 어쩌나 의심해본 적, 형님은 없죠? pp.209
형님 은 어디까지나 절벽 같아야 해요. 형님은 언제나 저에게 통곡 의 벽이었으니까요. 울음을 참고 살 때도 통곡의 벽은 있어야 만 했어요. 통곡의 벽이 우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대요. pp.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