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덜 떨리는 아들의 몸을 옆에서 붙들고 있는 애그니스는 둘로 쪼개지는 듯한 심정이다. 딸은 목숨을 건졌다. 다시 그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대신, 햄닛을 데려가려는 모양이다. (전자책 기준 69%)
애그니스는 자기 약초밭, 가루와 물약, 잎, 용액이 가득한 선반을 떠올린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화가 치솟는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수년 동안 돌보고 김매고 다듬고 따 모은 약초. 밖에 나가 죄다 뿌리째 뽑아 불에 던지고 싶다. 애그니스는 등신, 무능하고 교만한 등신이다. 약초 따위로 이것에 맞서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전자책 기준 69%)
아들의 몸은 고통의 장소에, 지옥에 가 있다. 뒤틀리고 꼬이고 휘어지고 당겨진다. 애그니스는 들썩이지 말라고 아이의 어깨와 가슴을 붙잡는다. 달리 더 할 일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아이의 옆에 앉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고 애쓸 뿐. 이 병은 너무 엄청나고 너무 강력하고 너무 사악하다. 너무 강한 적이다. 아들에게 촉수를 뻗어 휘감고 조이며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사향냄새, 축축하고 짭짤한 냄새를 풍긴다. 그것이 아주 먼 곳에서, 부패하고 눅눅하고 답답한 곳에서 왔으리라고 애그니스는 생각한다. (전자책 기준 69%)
그리고 거기, 불가에서, 엄마의 품에 안겨 기고 먹고 걷고 말하는 법을 배운 그 방에서, 햄닛은 마지막 숨을 쉰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그리고 침묵, 정적이다. 더는 아무것도 없다. (전자책 기준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