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데이터가 서로 단결하지 않게 하라. 의식의 범주에 넣어선 안 될 쓰레기들이 뭉쳐 빚어진 뒤 화학작용 을 일으켜서 불행하거나 불편한 무언가가 태어나지 않도록 인식 과 처리의 과정에 무용한 데이터의 안개가 끼지 않도록. 데이터가 인세에, 나아가 우주에 공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p.192
이때 1은 자신을 꼭 닮은 또다른 1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투신 하듯이 다가선다. 1은 마침내 그와 함께 11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둘이 마주쳐 막 11을 이루었다고 느끼는 순간, 1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상태가 됐음을 알아차린다.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없는데 단 하나 있음과 같아지며, 수많은 단 하나가 복제되 어 더 큰 단 하나의 일부를 구성한다. 서로에게 닿는 순간 1의 눈 앞에 무수한 없음의 갈림길이 거미줄처럼 펼쳐지다가 한데 뒤엉 켜 미로를 닮아간다. 1은 지금까지 1이라고 생각한 자신의 모습이 실은 0이었음을 알게 되고, 그러나 다음 순간 또다시 0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고 여기게 된다. 마주한 두 장의 거울 사이 에 우연히 낙하한 1또는 0이, 서로의 모습을 반사하며 그것을 자 기라고 인식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던졌다가 떨어뜨린 동전이 두 손을 펼치기 전까지는 언제까지고 앞면인 동시에 뒷면인 것처럼, 0 또는 1은 0이자 1인 모습을 영원히 번복하고 변주한다. p.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