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온 기진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으로 겨우 침대 위에 올라갔다. 그녀는 며칠간 열을 내며 앓았다. 종종 아이들이 방문을 여닫는 소리, 남편이 괜찮으냐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녘 자리에서 일어난 기진은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거울 앞에 가서 섰다. 거칠고 야윈 얼굴에 눈빛만 형형한 여자가 비쳤다. 그녀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렸지만, 아직 완전히 다 잃은 것은 아니었다. 기진은 서른일곱 살에 죽을 수도 있었다. 서른아홉 살이 된 지금도 그 사실은 언제나 새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