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야 기는 곧 맥이 빠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결국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 숲을 내리덮은 적막과 엄숙함, 나아가 고독감 앞에서 세 소년은 숙 연해지기 시작했다. 다들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리움 같은 게 슬며시 밀려왔다. 이것은 희미하게 형 체를 갖추나 싶더니 곧이어 향수병(鄕愁病)이라는 싹을 틔워냈다. '피투성이 손' 조차도 잠자리로 삼곤 했던 남의 집 현관 계단과 텅 빈 통을 못내 그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자신의 나약함을 창피스럽게 여겼고, 아무도 속에 있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만큼 용감하지 못했다. pp.166/406(전자책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