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사람의 손을 물지 모른다며 돌고래의 이빨을 뽑아버리는 행동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일 이었다. 할머니의 사랑은 아무도 아프게 하지 않았고 이제껏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 칠십여 년 동안 막힌 벽을 보며 설탕을 떠올렸으니 이제 그 낡은 건물의 귀퉁이를 잠깐 뚫는다고 해서 그리 큰 잘못은 아니지 않을까. pp.169
세상에 나쁜 흔적을 남기지 않는 예술의 방식은 무엇일까.
브로슈어에 적힌 윤도윤의 작품 노트 중 한 구절을 떠올리며 나는 역장실에서 마지막날을 보냈다. 윤도윤은 내가 자기의 예술을 위해 매일 여덟 시간 동안 소음에 시달렸다는 걸 알까. 돌고래 포 스터 옆에서 사진을 찍은 후 휴지와 커피 컵 같은 쓰레기를 버리고 떠나는 관객들의 존재를 알까. p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