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은 하루 동안의 '자유'를 되돌아보았다. 외로운 미스 타운센드와는 친구가 되었고, 파크스 부인은 불만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수전은 정말로 혼자가 되었던 그 짧은 시간 동안의 황홀함을 기억하고 있었다. 수전은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앞으로 그런 고독한 시간을 더 자주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절대적인 고독, 아무도 그녀를 모르고 신경도 쓰지 않는 고독이 필요했다. pp.296/348(전자책기준)
일주일에 세 번. 수전은 10시 정각에 나타나 프레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20실링을 건네고, 그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서 방으로 들어간 뒤 부드럽지만 단호한 태도로 그의 코앞에서 문을 닫았다. 프레드는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도 우정을 기꺼이 보여 줄 태세였기 때문이다. 우정이 안 된다면, 하다못해 말동무라도 되어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하지만 그는 그녀가 그만 가보라는 듯이 고갯짓을 하면, 20실링을 손에 쥐고 그 자리를 뜨는 것으로 만족했다. pp.306/348(전자책기준)
수전은 안락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이 방에서 수전이 뭘 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충분히 쉬고 나면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양팔을 쭉 뻗고 미소를 지으며 밖을 내다보았다. 익명의 존재가 된 이 순간이 귀중했다. 여기서 그녀는 네 아이의 어머니, 매슈의 아내, 파크스 부인과 소피 트라우브의 고용주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친구, 교사, 상인 등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있는 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정원이 딸린 크고 하얀 집의 안주인도 아니고, 이런저런 행사에 딱 맞게 차려입을 수 있는 다양한 옷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녀는 존스 부인이고 혼자였다. 그녀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pp.307/348(전자책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