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세월호와 천안함은 사건 원인도 사회적 대응도 달랐던 별개의 사건입니다. 무엇보다도 그 둘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양 극단에 놓여 있습니다. 2010년의 천안함 사건을 두고서는 보수 진영이 목소리를 높였고 2014년의 세월호 참사를 두고서는 진보 진영이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함께했지요. 지금까지도 전자는 보수, 후자는 진보의 사안으로 여겨지며 한국 사회에서 이 두 사건에 대한 입장은 보수와 진보 정치인을 구분하는 리트머스지처럼 작동하고 있습니다. pp.137
제가 보기에 이 두 사건은 중요한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트라우마 생존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폭력적인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상대 진영이라 여겨지는 피해자의 고통을 조롱하는 진영 논리의 폭력성과 편향적 사고가 만연했던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pp.138
이러한 상황에서 실태조사에 응했던 한 생존장병의 말을 빌리면 "보수는 이용하고 진보는 외면했습니다. pp.140
천안함 생존장병이 전역 후 사회에서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보내야 했던 이유는 첫째 생존장 병을 두고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당혹스러운 사람들, 둘째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후 적절한 사회적 지지와 치료의 부재, 셋째 일하다 다쳤지만 보상받지 못한 공무상 재해 피해자라는 사실, 이렇게 세 영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pp.141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잔혹한 보도뿐 아니라 수많은 오보와 루머를 생산해냈습니다. 그 속에서 피해 유가족은 물론이고 생존자들은 더욱 고립되고 세상에 신뢰를 잃어갔습니다. p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