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생각하며 삶을 마 감하는 상상을 자신의 옷 속에는 해초가, 눈꺼풀 아래와 입안에는 모 래가 들어 있는 상상을 했노라는 고백을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죽음 의 드라마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고통은 낭만의 수의를 입기 엔 너무 둔감하다는 걸 자신은 알고 있었다는 것도 고백하지 않을 것 이다. 용기가 그 별것 아닌 일에 마법을 걸 수도 있었으나, 용기도 상 대방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우스꽝스러운 것이 되어버린다. p.153
그는 기다렸다. 왜 기다리는지, 무얼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채 기다 렸다. 그가 붓을 씻고 아침을 위해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내는 소리만 이 밤의 정적을 깼다. 물감은 말랐고, 그는 전등을 하나만 남기고 다 끈 후 다시 그림에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천사들의 완전함을 보았다. 그가 침대에 누웠을 때 정적을 깨는 바스락거림은 없었고, 그의 살결 을 더듬는 손길도 없었다. 그는 잠을 자면서도 여전히 기다렸지만, 꿈 속에서 오직 천사들만이 자신에게 위안이 되어준다는 걸 알았다.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