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하는 걸 다 볼 수 있지만, 그것을보는 눈만은 볼 수가 없죠. 보이지 않는 그 눈이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을지를 결정하지요. 그러니까 다 본다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 눈의 한계를 보고 있는 셈이에요. 책을 편집 하다보면 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책의 모든 문장은 저자의 생각이 뻗어나갈 수 있는 한계의 한쪽에서만 나오죠. 그래서 모든 책은 저자 자신이에요. 그러니 책 속의 문장이 바뀌려면 저자가 달라져야만 해요. pp.26-27
과연 그럴까요? 앞으로 두 사람이 결혼하기 때문에 지금 여기 함께 있다고 말하면 싱거운 얘기라며 웃고 말겠지만, 어린 시절에 엄마가 불행하게 죽은 일이 원인이 되어 두 사람이 이번 여름방학에 동반자살을 결심하게 됐다는 말에도 그럴 수 있을까요? 둘 다 생각일 뿐이지만 차이는 분명합니다. pp.29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pp.29
용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억할 때 가능해집니다. 그러니 지금 미래를 기억해, 엄마를 불행 에 빠뜨린 아버지와 그 가족들을 용서하길 바랍니다. p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