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말이야. 신이 있다면 왜 인간을 이렇게 설계한 걸까? 왜 어렸을 때 기억을 잊어버리게 만들었을까. 상실증에 빠트리고 말이지."
나윤이 불쑥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나는 말이야. 신이 타임캡슐 애호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pp.250
"그렇잖아. 어쩌면 우리는 서른 살쯤 타임캡슐 편지를 열어보는 건지도 몰라. 우리가 다섯 살쯤이던 시절, 부모님이 마음속에 묻어 둔 편지인 거지. 부모님은 내가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연약하고 무능했던, 그래서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순간을 빼곡히 기억하고 있었을 거야. (...)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가 부모가 되고 나면, 그제야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거지. 잠자고 있던 타임캡슐이 열리는 타이밍이 되는 거야." pp.251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장난도 치는 가족 모습을 보면서, 사랑의 흔적이 쌓이는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어.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은 흔적에 기대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몰라." pp.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