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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잘못 가르친 셈이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형편없었다. 우리 학문의 존엄함과 신성함을 전달하지 못했다. 나는 '순수수학'에서 말하는 '순수'가 정녕 무슨 뜻인지를 그에게 가르치지 않았다. 그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다. 지식을 위한 지식이 아니다. 패 턴을 찾는 일도 아니며, 현실과 그 안의 여러 문제와 동떨어진 추상적이고 지적인 게임의 연속도 아니다. 그런 것과 확실히 다르다. 수학이란 신의 정신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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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숭배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수학에는 진정한 힘이 깃들어 있으며, 그 힘은 손쉽게 악용될 수 있다. 그 힘은 오직 인간만이 소유한 능력에서 탄생했는데, 은혜로운 우리의 신은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과 발톱 대신에, 그만큼 위험하고도 치명적인 힘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이에 관해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다. 나에게 어떠한 심판이 내려지건 간에, 차마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그가 미래에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내가 누구보다 먼저 보았음을. 그가 가진 능력이란 참으로 진귀하고 아름다워서 지켜보기만 해도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