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집단주의 문화와 개인주의 문화의 대비를 다시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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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상 집단주의 문화는 개인주의 문화보다 사람을 공리주의적 목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을 더 편하게 받아들인다. 게다가, 집단주의 문화가 구성원들에게 주는 도덕적 명령은 사회적 역할과 의무에 관련된 것일 때가 많은 데 비해 개인주의 문화의 명령은 보통 개인의 권리에 관련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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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문화는 도덕적 행동을 강제하는 방식도 다르다. 이것은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1946년에 처음 강조한 바로, 집단주의 문화는 수치심으로써 강제하지만 개인주의 문화는 죄책감으로써 강제한다.
2024.02.05.
이 특별한 대비를 잘 설명한 훌륭한 책 두 권이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정신의학자 헤란트 캐챠도리안의 『죄의식: 일말의 양심』과 뉴욕대학교 환경과학자 제니퍼 자케의 『수치심의 힘』이다. 두 저자를 비롯하여 이 분야의 연구자들이 대체로 사용하는 의미에 따르면, 수치심은 집단이 가하는 외부의 판단이고 죄책감은 자기 내부의 판단이다. 수치심은 청중이 필요하고, 명예의 문제다. 죄책감은 프라이버시를 귀하게 여기는 문화의 산물이고, 양심의 문제다. 수치심은 그 사람 전체에 대한 부정적 평가이지만, 죄책감은 행위에 대한 부정적 평가이기 때문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성립된다. 수치심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순응적이고 동질적인 인구가 필요하다. 죄책감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숨고 싶은 마음이지만,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보상하고픈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