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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사람사는이야기를 좋아한다. 세상에 재밌는 소설, 흥미진진한 영화가 많다고 하지만 진짜 삶의 이야기만큼은 아니다. 한사람이 살면서 남긴 발자취는 소설책 한두권이 아니라 도서관 전체에 맞먹는다. 보르헤스의 말처럼 그도서관은 바벨처럼 끝없이 확장한 우주와 같다. 나락한 일에도 우주가들었다는데 하물며 사람은이 떠하리.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는 우주라는 말로도 다 담을수 없을만큼 끝없는 사랑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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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의 유고시집은 엄마의 기억을 담은 작은 선물상자다. 보석처럼 빛나는어린 시절의 꿈과 달콤한 사랑이야기도 거기 소박하게 담았다. 엄마는 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거다. 말로는 하지 못한다하지 못할 엄마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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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덮으면서 오늘은 엄마에게 전화를 드릴까하다이내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엄마 목소리듣는것도 좋지만, 이번엔 편지를 써야겠다.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편지 쓴게 언제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엄마에겐 늘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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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흩어지지만, 글은 남는다. 이렇게 글씨는 남아서 또다른 누군가에게 엄마의 꿈과 기억을 전한다. 시집에 쓴 글은 이제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의 이야기든 가만히 귀기울여 들으면 엄마의 목소리다. 그러므로 나는 홀로 남겨진 이이가아니다. 기형도가 남긴단한 권의 시집은 수십 년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서점에서 잘팔리는 책이다. 시집을 읽는이가 작게라도 마음에 속삭이는소리를듣는다면, 이 책은 유고가아니다. 누구라도 혼자가아니다. "내가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시오래된 서적)라고 쓴 기형도처럼 우린 모두 기적의 시대를 살아가는게 아닌가. 세상 모든 엄마는 날마다 기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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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이 단어는 참 묘하다. 사랑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것과 입술을 움직여 소리내었을때 전해지는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종이에 사랑이라고 쓰면 드디어 이 단어는 글자가 아닌 감정이 되어 살며시 마음을 어루만진다.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라는 노래가 있다. 반대로 사랑이란 두 글자도 사랑을 표현하기엔너 무짧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넘치도록 부풀어오른 감정을 이기지 못해 연애편지를 쓰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