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와 이 놀이터로 왔을 때만 해도 별다른 계획이 없었는데 찬이의 굳어버린 표정을 보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중요한 일, 시간과 계절, 우주의 원리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찬이에게 고모의 이야기를 하는 일. 아무도 내게 요구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나 조차도 내가 잘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지만, 막상 입을 열자 그 토막토막의 사건들이 곁가지를 뻗어나가기 시작했다.80% (149/185)
찬이는 자기 가방도 버려두고 엄청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덕분에 나는 어깨가 무너질 것 같은 무게의 그애의 가방을 들고 홀로 집에 돌아와야 했다. 찬이는 그날 내내 방문을 잠그고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81% (150/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