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남편을 저수지에 밀어넣었을 때가 더 수월하게 느껴졌다. 그때는 혼자였기에 내가 계획한 대로 상황을 이끌고, 몇 가지 변수에도 쉽게 대처할 수 있었다. 공범을 두고 진행하자니 예상치 못한 변수가 계속 생겨났다. 91%
볼품없이 허름한 옷을 입은 상은은 돈에 굶주려 있으면서도 언제나 나를 무시하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나는 그런 상은의 시선에 모멸감을 느꼈다. 나는 상은이 무시할 만큼 호락호락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내 삶은 그녀가 비웃을 만한 것이 아니다. 92%
이곳에서 도망쳐야 했다. 아무렇게나 내팽개친 삶에 대한 애착이 죽음의 문턱 앞에서 강렬해졌다. 뱃속의 아이도 발악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나를 앞섰다. 아이가 나를 향해 이렇게 소리치며 꿈틀대고 있었다.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