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커다란 달력 종이 뒷 면에다 여러 색깔로 수토수수토수토토수토수토라고 적었다. 요일이 단 두 개뿐인 세상에서는 일곱번째에서 다음 줄로 넘 어갈 필요도 없고, 한 달이 꼭 30일이나 31일이어야 하는 법 도 없으니까. 그림도 그렸다. 나는 꽃잎이 다섯 장 달린 꽃을 글자 사이에 여러 개 그렸고 수온은 한쪽에다가 사람처럼 생 긴 것을 그렸다. p.54
돌아보니 수온은 어느새 입을 벌리고 잠들어 있었다. 나는 잠든 수온을 안아다가 방안 침대에 눕혔다. 여덟 해만큼 묵직 해서 놀라웠다. 내가 맨 처음 수온을 만났을 때, 처음으로 안 아보았을 때 그애가 너무 작고 가벼워서 나는 두려웠었다. 내 가 뭔가를 상하게 할까봐. 뭔가를 묻히게 될까봐. 승민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p.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