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범죄를 저지르고 있지 않다. 내가 범죄를 저지를 것을 보장하는 행위와도 거리가 멀다. 인간의 목숨 따위는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은 수없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내가 설정한 사흘은 단지 그 신념에 대해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밝혀줄 시간에 불과하고, 나의 태도가 뇌에 배선된 것이라고 해도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확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전자책 기준 42%)
내가 변화하는 과정을 감시해 보려고 했지만 멍청한 짓이었다. 30초마다 자기 성찰을 행한다고 해서 자신의 윤리적 규범을 확인할 수는 없다. 내가 결코 사람을 죽일 수 없을 것이라는 자기 평가는 몇십 년에 달하는 관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미 낡아서 쓸모가 없겠지만.) 게다가 이런 자기 평가 내지 자아상은 나의 행동과 태도를 반영하는 것 못지않게 그 원인을 제공해 왔다. 따라서 임플란트는 나의 뇌를 직접 변화시키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확신했던 방식의 행동을 합리화해 줌으로써 나를 옭아매고 있던 피드백 고리를 깨주고 있는 것이다. (전자책 기준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