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울어?"
"울어? 왜?"
아버지가 놀라서 묻자, 어머니가 여전히 훌쩍이며 대답했다.
"아, 지금 너무 행복해서 그래."
그 말은 진실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정말로 그 순간 행복했을 것이다. 어둠 속 미약한 촛불을 앞에 두고 두려움을 애써 숨긴 채 떡을 씹으면서, 어머니는 가족의 유대감을, 자신이 진정으로 있어 야 하는 곳에 있는 것 같다는 안정감을 느꼈을 것이다. 어머니 자 신을 짓누르고 있던 (말로 내뱉기도 싫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 을) 복합적인 감정들이 한순간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른 다. 하지만 동시에 어머니는 그날, 그 모든 감각들이 하나의 허상 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역시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정전과 비바람 과 천둥소리를 뚫고 자신에게 도달한 안도감과 해방감은 일시적 인 것에 불과하다고. 임시 거처는 그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라 고.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삶이며,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이곳을 떠날 예정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완수할 수 있었다는 사실 역 시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p.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