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나나 철이 엄마나 딴 방 여자들이나 남보다 잘살기 위해, 그러나 결과적으론 겨우 남과 닮기 위해 하루하루를 잃어버렸다. 내 남편이 십팔 평짜리 아파트를 위해 칠 년의 세월 과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상실했듯이. pp.238-239
여지껏 철이 엄 마는 내 거울 같은 존재였다. 내가 얼마나 권태로운가, 얼마나 공허한가, 얼마나 맥이 빠져 있나를 그 여자를 보면 알 수 있 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전연 나와는 상관없는 표정을 하고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속 깊숙이 염통 가까운 데쯤, 미칠 듯 한 희열을 감춘 듯이 살갗은 반들대고 눈은 번들댔다. 나는 당 혹했다. 기분이 영 잡쳤다. 우리가 어느 날 거울 앞에 섰을 때 허구한 날 거울에서 낯익은 자기 얼굴이 아닌 전연 생소한 얼 굴이 비친다거나 자기는 분명히 찡그렸을 터인데 거울 속에선 웃어 보인다거나 할 때 우리는 얼마나 놀라고 기분이 나쁠 것 인가. 내가 바로 그렇게 기분이 나빴고, 더 나쁜 것은 그런 그 여자를 볼 때 느껴야 하는 굴욕감이었다. pp.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