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악은 손으로 쥐는 것이지만 그것 을 놓아야 할 때를 모르거나 그것을 손안에 쥔 그대로 잡아 터뜨 릴 권리가 있다는 뜻이 아님을, 대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자는 알 지 못한다. p.109
그런데 비존재의 기준은 무엇인가. 살과 피와 뼈, 혹은 만질 수 있는 무언가로 이루어져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일컬어서 존재한 다고 하지는 않는다. 안 그러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존재 하지 않도록 만드는 즉각적이고도 효율적인 방법이 성립하고 마 니까. 그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과 코를 가리는 것이다. 모든 감 각을 닫아버리고 인지를 차단하는 것이다. p.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