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병실에 들어가 외투와 모자도 벗지 않은 채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러고는 공책을 열어 생각을 써나가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느릿느릿 두서없이, 다음에는 광적인 속도로 점점 집중했으며 급기야 주위의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등줄기가 욱신거려도 몇 시간이 지나도록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지평선 너머로 해가 뜨고 앞에 놓인 종이를 볼 수 없을 만큼 기진맥진하고서야 침대로 터벅 터벅 걸어가 신발도 벗지 않고 잠들었다. pp.138/209
전날 밤 그의 삶에서 가장 심오한 지적 황홀인 줄 알았던 것은 이제 보니 풋내기 물리학자의 광란이요 과대망상증 환자의 애처로운 망상에 불과 한 듯했다. pp.139/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