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를 완벽한 취향을 갖춘 아이로 만들며 불완전하고 초라했던 내 어린시절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이 된 승재는 내가 만들어준 취향을 모두 부정하고 있었다. 8%
겨우 쥐 따위를 보고 소리지르거나 무서워하진 않았지만, 그때 처음으로 집을 땅 바로 위에 세운다는 것에 대해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 언제든 더러운 것이 집안으로 침입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당시 막연하게 느꼈던 감정의 실체가 드디어 우리집 마당 화단 속에, 내 눈앞에 드러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9%
남편의 말에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어쩌면 남편도 나처럼 사람 손을 보고 놀라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번에도 한심하고 나약했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