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노트에 일기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욕망의 종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거역할 수 없는 순서를 따라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아직도 이 열정으로 부터 빠져나올 힘이 없다. 그러므로 내가 현재 매달리고 있는 것보다 좀더 확실하고 명확한 신호들이 있어야 한다. 모험을 하듯 결별의 편지를 써야 하나? 현재 상태는 필립 때와 비슷한 S의 무관심, 우유부 단한 태도인 것 같다. 나를 버리려고? 그래. 편지를 쓰면 끝날 것이다. 그래서 쓸 용기가 나지 않는다. pp.131/350 (전자책기준)
그가 방에서 옷을 다시 챙겨입는 끔찍한 침묵의 순간. 옷가지들 하나하나-내가 네 시간 전에 벗겼던 옷들-를 천천히 다시 입는다. 처음에 팬티, 메리야스, 그다음은 바지, 벨트, 셔츠, 넥타이, 구두(양말은 절대 벗지 않는다). 이 의식을 보는 내 가슴은 찢어진다. 이별, 무한히 느릿한 슬로모션. pp.135/350 (전자책기준)
시아말을 하는 여자들에 대한 질투. 마치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어떤 것을 그 여자들이 그와 공유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설령 그들이 그와 아무 관계가 없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내 안에 있는 이런 결핍증이다(글로브서점에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그리고 최근 러시아정교회에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 언어가 들렸을 때 느낀). pp.135-136/350 (전자책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