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이든 등에 지든, 나는 이 집에 계속 살고 싶어. 누구나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거야. 네가 스스로 만든 환상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그가 비틀거리며 떠난 뒤, 나는 홀로 남았다. 텅 빈 거실 바닥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비로소 내가 지금껏 민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 집을 나가기 싫었던 것이다. 이 집마저 사라지고 나면 그와 나 사이에 남은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