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을 읽은지도 꽤 된 것 같다. 그 사이 이 책은 100쇄를 넘어섰다고 하고, 한동일 교수도 몇 권의 책을 더 낸 것 같다.
그는 정말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바티칸 사제이자 바티칸 공소원(로타 로마나) 변호사이자 대학 교수. 현재는 법학자의 일에 더 충실하기 위해 사제직은 내려놓았다고 한다.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그는 라틴어에 익숙할 수 밖에 없었고, 라틴어는 그의 삶의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라틴어를 가르치면서 단순히 '죽은 언어'로서의 라틴어 그 자체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한 삶의 통찰과 인생을 같이 이야기하였다. 그렇기에 그의 책들이 독자들에게 더 와닿았을 것이다.
그의 신간인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은 마치 잠언처럼,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될만한 라틴어 경구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과 신조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이달책으로 구매했다. 선착순으로 저자 친필 서명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받을 사람의 이름과 함께 책 속에 나온 경구 하나씩을 적어 주었다. 나에게 적어준 것은 'Duc in altum (깊은 데로 가라)'였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본문에서 찾아보았는데 뭔가 알듯 말듯 했다. 하지만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 나를 찾고, 그것을 동력으로 삼아 더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뭔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는 말 같기도 하다.
책을 펼쳐보면 왼쪽에는 라틴어 경구들이 원문, 해석, 독음으로 적혀 있고, 한 페이지에서 세 페이지 정도에 걸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체로 삶에 용기를 주고 위안을 주는 내용들이다. 라틴어 문법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고 라틴어 자체에 대한 내용도 많지는 않다. 그 형식보다는 그 내용에 더 집중하고 있다. 사실 라틴어는 그저 거들뿐.
여기에 인용된 라틴어 경구들은 성경에서 나온 것도 있고, 정치인, 사상가 혹은 철학자들이 썼던 글에서 인용한 것들도 있다. 사실 경구 그 자체가 그렇게 임팩트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것을 바탕으로 한동일 교수가 설명과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더 와닿는다. 아무래도 그 의미를 파악해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내용들이 더 와닿는 것은,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보였던 그의 삶에도 힘든 시기가 있었고, 그러한 고비를 넘길 때마다 떠올렸던 것들을 옮겼기 때문인 듯하다. 그의 심경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진다. 그는 이 책의 경구가 독자들에게 인생의 타투처럼 새겨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책은 약 380여페이지 정도 되는, 약간 두툼하게 느껴지는 책이지만 내용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라 읽기가 부담스럽진 않다. 하지만 그 내용을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기에 생각날 때마다, 특히 위로와 격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읽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