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노파는 당시의 그 무서운 얼굴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딘가 지치고 외로운 표정이었다. 노파는 겁에 질려 쳐다보는 춘희를 보고 썩은 이를 드러내며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어서 두부를 받으라는 듯 눈짓을 했다. 춘희는 조심스럽게 손으로 두부를 받아들었다.
그것이 일찍이 남의 집 부엌살이로 떠돌다 딸에게 연인을 빼앗기고 버러지처럼 땅바닥을 기어다니며 지독하게 돈을 모았지만 끝내 한푼도 못 써보고 결국 그 돈 때문에 목숨까지 잃어 한 많은 생을 마감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불에 타 죽게 함으로써 스스로 복수를 완성한 노파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p.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