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선 시인의 시집은 처음 읽어 보았다. 우선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이 생겼다.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이라니, 어떤 의미일까? 그 사람은 누구일까 싶었다. 책에 표제시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해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시집 전체를 통해 그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우선 '상자'는 '감정의 상자'를 의미하는 듯하다. 그 안에는 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어쩌면 추억과 기억들도. 그것은 좋은 기억일 수도 있고 나쁜 기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상자를 대하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그것을 대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쉽사리 그 상자를 열지 못한다. 그래서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은 시인 자신이자 독자 자신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그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상자 안에 있는 많은 것들을 솔직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보며 하나씩 설명하고,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고, 혹은 우리 사회의 문제일 수도 있는 것들. 그리고 고통이 수반되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시인은 사랑의 본질에 다가간다. 자신에 대한 반성과 타인에 대한 이해. 그것이 우리의 삶이자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사실 좀 이해가 어려운 시들도 있었고, 동일한 제목의 여러 시나 혹은 한 제목 아래 여러 개의 부제가 있는 시들도 있어서 어디까지가 하나의 시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하지만 시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느덧 나는 그 상자 안에 들어갔다가 나온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상자를 마주하게 된 것 같다. 나는 나의 상자를 열 수 있을까? 그것들을 바로 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