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이별의 고통을 느끼는 것과 그 이별에 대한 항체가 분비되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음식물이 들어가자마자 침이 분비되는 것과 같다. 이별이 닥쳐왔다는 것을 깨닫자 그것을 녹여 없애기 위해 내 마음속에서는 또 내가 두 개로 나누어진다.pp. 218
그러나 사랑의 감정이란 복잡한 것이었다. 그가 막상 진짜로가 버리고 나니 꺼질 듯 한숨이 나온다. 앞으로 이겨내야 할 그리움. 이 다시금 두려워진다.
그가 앉아서 밥을 먹던 자리에 손바닥을 대본다. 아직 온기가 있다. 마룻바닥에 엉덩이의 온기만을 남기고 그가 영영 가버렸다 고 생각하자 나는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된다. 그래서 방안으로 들 어가 한참 동안 깊은숨을 쉬며 가만히 앉아 있는다. pp.226
단물만 빼먹고 종구를 차버릴 거라는 짐작으로만 보면 장군이 엄마와 나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 같지만 한쪽은 악의에서 나온 험담이고 한쪽은 인생에 대한 냉소로부터 비롯된 통찰이라는 점 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pp.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