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박상영 작가의 '사랑 3부작'을 다 읽고, 마지막으로 그의 첫번째 작품집인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최근작 <믿음에 관하여>부터 거슬러 올라간 셈이라 사실 순서로 치면 거꾸로 읽은 셈이었다. 그리고 독파에 이 책이 올라왔기에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졌다. 그가 그간 보여주었던 인물들 및 주제, 작품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퀴어'라는 소재를 너무 소모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성수자의 이야기를 쓰는 목적은 명확해보인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겠지. 하지만 독자에게 이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유감스럽게도 '불호'쪽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 경우에는 중립적이라고 생각하고, 문학작품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기저에 약간의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듯하다. 특히 성적인 묘사가 그려질 때는 더 그러하다. 이는 비단 동성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남녀 관계에 대한 내용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런데 작가로서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구태여 그게 자전적인 이야기냐는 질문을 하지 않더라고, 아직은 사회적으로 쉽게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심적인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작품을 낼 때마다 그러한 고통을 감내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1년에 한 편 꼴로 작품집이 나오는 걸 보면 그걸 극복해내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는 처음보다는 더 많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순서를 거꾸로 왔기 때문에 그렇게 '피곤함'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작품집은 그의 작품 세계의 '빅뱅'과 같은 것이다. '박상영 유니버스'를 향한 빅뱅. 그리고 그의 우주는 지금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우리가 보는 그의 작품들은 그의 우주의 모습들 중 일부일 것이고.
그는 여전히 재능이 많은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다방면의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집에서도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특정한 주제에 얽매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데 다음에는 또 어떤 주제의 작품들을 쓰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