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다희에게 그녀는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일을 융통성 있게 해야지, 다른 사람들 일까지 떠맡아서 할 필요는 없 다고, 그러다보면 그렇게 일하는 게 고마운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되는 거라고. 몇 번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다희가 웃으며 말 했다.
선배 인턴이었던 적 없죠.
장난스러운 말투에 숨겨진 진심이 느껴졌다. 그 말을 하고 다희 는 창밖을 내다보는 척 고개를 돌렸다. p.113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웃으며 사무실을 나왔지만 씁쓸한 마음 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희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기 위 해 노력했다.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 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 었다. 그녀는 다희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싶지 않았다. p.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