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파에서 책의 제목과 표지에 끌려 챌린지를 신청하고 읽게 된 책이다. 일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책을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하지만 사전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기에 최근에 나온 '책 관련' 정보서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지은이가 외국인이니 적어도 국내 저자가 쓴 수준 낮은 책은 아닐 것이라는 약간의 기대감과 함께.
그런데 첫 장부터 예상이 빗나갔음을 느꼈다. 이 책의 저자는 두 사람이다. 둘 다 19세기 영국사람이며, 저자 자신도 장서가였고, 장서가들을 위한 가이드북을 쓴 것이었다.
이 책은 총 네 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각의 내용이 흥미로웠다. 우선 제목에도 있는 말이지만 그는 책 수집가에 대해 '책 사냥꾼'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고서점들을 돌아다니거나 혹은 여러 루트로 책을 수집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데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모두 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한 사람들은 어느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책을 수집하는 사람들도 그 목적이 다양하므로 그들을 모두 포괄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나 여기에서는 금전적 목적으로 책을 수집하는 것을 경멸하고 있다. 그야말로 책에 대한 애정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선 '책 사냥꾼을 위한 변명'을 한다. 그런데 그 변명이 납득이 된다. 이 역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 이어지는 내용들은 장서가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지만 시대가 아무래도 150여 년 전이라 지금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고 아끼고 구하고 싶은 그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다.
인쇄술이나 제본기술이 지금보다는 더 열악했고, 지금처럼 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것들도 많기에 (그냥 종이뭉치 혹은 종이뭉치를 얽어 놓은 것 처음) '장정'이 권장되기도 했던 때이기도 하다. 그런 시대적인 차이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시대상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계급의 차이 혹은 성별의 차이로 인해 다소 특정 그룹에 대한 비하도 느껴지긴 했다. 이는 당시 상황과 저자의 위치를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프랑스와 비교하면서 영국을 비하하듯이 느껴지는데 이는 다소 자조적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에서는 책 수집에 대한 그의 열정이 느껴진다. 문장 하나마다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이 묻어나지 않는 것이 없다. 그의 개인 도서관에는 얼마나 많은 장서들이 있었을까 궁금해지지만 그에 대한 기록이나 사진 등이 없어서 궁금증만 남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말한 대로 장정해서 먼지 하나 없이 보존하고 관리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의 글들은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책 수집가들이 겪는 '세렌디피티', 즉 예기치 않은 발견의 즐거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그러한 행운은 복권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것이다. 사람들에게 그러한 환상에 대한 경고도 덧붙이고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수집할만한 책들과 삽화가 들어간 책들에 대한 대목이다. 장서를 알려주는 것은 당대의 '인플루언서'였을 테니 아마 당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삽화가 들어간 책들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공동저자인 오스튼 돕슨은 그러한 책들에 대해서도 애정이 많았던 듯하다. 여러 삽화가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알려주었는데 고전에서 익숙했던 작가들과 작품들이 많아서 더 반갑게 느껴졌다. 당시엔 그것이 새로운 창작품이었겠지만 지금은 고전과 함께 하나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었으니까.
이 책은 장서가, 책 수집가들에게는 고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장서가는 아니기에 단지 그로부터 책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 그리고 책에 대한 애정을 느끼는 선에서 만족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이야기가 현대의 우리에게 와닿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잘 이해하기에 시대를 넘어서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