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미에서는 그의 승리였지만, 그는 항상 재미있어하면서도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마치 권태와 무관심 덕분에 얻어낸 승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p.320
그의 청각장애는 조금 묘한 구석이 있었다. 그는 자신과 직접 대화하는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시끄러운 방 안 저편에서 사람들이 낮게 웅얼거리며 나누는 대화는 완벽히 알아들을 때가 많았다. 이 청각장애 술수를 통해서 그는 자신이,젊은 시절 유행하던 표현을 빌리자면, ‘캠퍼스의 괴짜’로 여겨지고 있음을 점차 알게 되었다.
pp.321-322
하지만 전설을 규정한 것은 강의에서 그가 보여주는 태도였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는 점점 더 생각이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처럼 굴면서도 점점 더 강렬해졌다. 처음에는 서투르게 더듬더듬 강의를 시작하지만, 금방 강의 주제에 흠뻑 빠져들어서 주위의 모든 것을 의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