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은 없음
사랑도 없음
흘러가는 저녁에 마음을 기대고 그저 눈감고 싶은 고독도 없고 무너질 듯 애처로운 자세로 스스로도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바라는 비극도 없다
마음이 깨질 것 같은 사람이 길을 물어서
아뇨 저는 몰라요 그렇게 답했다
그때는 그 사람의 마음이 깨질 줄은 몰랐지만
...
삼십 분이나 지나 도착한 그는 국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때 그는 참 마음이 가난해 보였고, 마치 품속의 전재 산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으며
나는 그게 참 안심되었다
pp.115-116 <느린 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