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모님이 내 옷을 입고 내 침대에서 낮잠을 잔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사생활이 대체 뭔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새로 쓴 극본으로 미니시리즈 편성을 받았고, 방송국 근방에 작업실도 얻었다. 율이를 마음놓고 떨어뜨려놓을 수 있게 되자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나 자신이 되는 기분.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감내할 수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강한 섬유유연제 향기까지도. 그마저도 일 년이 지나자 무감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