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오고, 정호와 내가 각자 직장을 옮긴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같이 살고, 나는 여전히 비슷한 공간에 있다. 우리는 전과 똑같아 보인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주 작은 습관 하나가 생겼다. 어딘가 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귓가를 긁적이는 버릇이다. 꼭 현철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귓가를 긁으면 긁을수록 가려워진다는 것이다. 나는 시시때때로 귓가를 긁는다. 긁으면 긁을수록 가려운 사람처럼 가려운 곳을 괜히 건드려버린 사람처럼. 그리고 귓가를 긁을 때마다 가끔씩 현철의 말을 떠올린다. 비열하고 역겨워도, 그래도 보상받고 싶다는 말. 나는 그 말을 내 생활의 여기저기에 갖다 붙여본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