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오해당하면 기분 나쁘지 않으냐고 누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오해당하는 건 괜찮았다. 때로는 안전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성가신 건 내가 여자 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였다. pp.256
지독한 악취가 나를 싸고도는 것 같았다. 악취는 그날 남자가 뱉은 침이 내 얼굴에 떨어졌을 때, 그때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아주 끔찍한 냄새였다. 아무리 씻어도 사라지지 않고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그것은 절대 내 것이 아님에도 내 것처럼 내 몸에 들러붙어 있었기 때문에 길을 걸을 때면 사람들이 나를 흘깃거리며 저 사람한테서 악취가 나, 하고 수군대는 것만 같았다. 나는 변명하고 싶었다. 이건 원래 내 것이 아니라고, 전적으로 운나쁘게 묻은 것이라고, 재수가 없어 떨쳐지지 않는 것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아무렇게나 생각하도록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렇게 체념하기까지 힘들었는데 체념하고 나니까 힘든 줄도 모르게 되었다. 그게 정말 나빴던 것 같다. 그게 나를 견디게 해준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다른 식으로 나를 망치는 것이었다. pp.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