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가장 널리 퍼진 생각 중 하나가-대부분의 작가와 대중에게 자명한 효력을 발휘하는 만큼, 그 생각이 소멸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바로, 문학은 정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문학이 "진정한 문학" 축에 들 자격을 누리려면, 정치가 페스트인 양 정치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 문학은 정치적 의미 및 마찬가지로 사회적 의미와,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현실과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되고 오로지 작가(통념이 되어버린, 자신만을 위해 글을 쓰는)의 상상, 희한하게도 사회정치적 재현이 제거된 상상과만 관계를 맺어야 한다.
오랫동안 토론의 주제였던 작가의 사회적 역할은 생각조차 할 수 없으며 나아가 몰상식한 것이 되었다. 정치와 문학 사이의 경계는 이전 세기에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어느 때보다도 견고하다.
과연 그럴까. 어찌해도, 글쓰기는 허구를 통해 사회적 질서를 승인 혹은 규탄하는 견해를 아주 복합적인 방식으로 실어나름으로써, "참여"하게 된다. 작가와 독자들이 의식하지 못한다 해도 후대는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문학사에 비춰보면 정치적 무관심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직접 체험하기는 힘들고 이름을 붙이기도 어려운 것, 반드시 사회적 영역에만 국한되지는 않는 것, 이런 것들을 묘사하고 거명하기가 덜 버거워졌다. 문학이 나를 변화시켰다.
글쓰기의 실천과 세상의 불의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 나는 그걸 느끼지 않은 적이 없었고, 문학이 방식은 달라도 정치 행위와 마찬가지로 사회 변화를 촉발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 덕분에 전쟁이 멎거나 실업자가 일자리를 구하거나 라 쿠르뇌브의 아이들이 뇌이의 아이들처럼 활짝 열린 미래를 누릴 수는 없는데, 문학이 즉각적 효력을 발휘하는 법은 결코 없다. 장기적으로, 문학은 독자의 상상력에 스며들어 독자가 모르고 있던 현실에 눈뜨게 하거나 늘 같은 각도에서 바라보던 것을 다르게 보도록 이끌 수 있다. 독자가 전에는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말을 하게(우선은 스스로에게 하게) 해줄 수 있다. 문학은 초기 단계, 그러니까 내밀한 독서의 단계에서는 느리게 말없이 진행되는 혁명이다.
가끔은 문학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혁명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혁명과 뒤섞이지는 않고 혁명을 넘어선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도처에서 쇠사슬에 묶여 살아가고 있다." 루소의 이 문장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뜨겁게 타오른다. 극도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분리해낼 수 없이 한 덩어리가 된 문장. 문학적으로 보이지 않으나 어쨌든 문학 최고의 포부를 담아낸 문장. 그 포부란, 세상을 말하고 변화시키려는 욕망을 위해 예술이 가진 능력을 총동원하기.
<문학과 정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