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부부싸움은 오래된 고무줄 같다. 끊어질 듯하면서도 절대 끊어지지 않고, 질기고, 우스꽝스러우며 흐느적거린다. 싸움이 끝난 뒤에도 절대 원위치에 탄력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늘어난 자리에 헐겁게 멈춰 있다. 부부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가 바뀌지 않을 것이란 걸 깨닫게 되지만 끝내 그걸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22% (42/185)
고모는 줄곧 나를 '연필공주'라고 불렀는데, 어린 나는 처음으로 부여받은 그 정체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책을 읽곤 했다. 23% (44/185)
어쩌면 십육 년 만의 재회에서 정작 충격을 받을 사람은 고모 쪽인지도 모 다. "은미는 나중에 커서 교수나 작가가 될 거야"라고 고모는 늘 말했었는데, 그 '연필공주'가 처치 곤란의 낙심한 무직자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24% (45/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