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할 수 있었던 세번째 이유는 더 단순하다. 그만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들 때마다 중환자 실에 있을 때보다는 덜 힘들 거라는 김황태 오빠의 말을 떠올렸다. 사실 하프 지점을 통과할 때 이미 내 다리는 내 다리가 아니었다. 절뚝거리다가 주저앉았다가, 걷기만 하는데도 숨이 차고, 다리를 질질 끌면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더 가면 정말 죽을 것 같던 고비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왔는데도 죽지 않았다. 잘 살아 있었다. 더 가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이지 더 가더라도 진짜 죽는 것은 아니었다.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은 것이지 결코 그 길이 나를 죽이지는 않았다. 내가 그만두지만 않으면 그 레이스는 계속됐다. 가야 할 길은 42 킬로미터인데 내딛는 한 걸음은 50센티미터 남짓. 한 걸음은 참 보잘것없고 무의미해 보이기까 지 한다. 그런데 한 발 내딛고 그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일. 이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을 멈추지 않 았기 때문에 결국 끝까지 갈 수 있었다. 74%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지금 죽을 것 같은 고비를 만난 분이 계실 수도 있다. 뉴욕마라톤대회 35킬로미터 지점에서 노란 피켓을 들고 나를 응원해주셨던 분과 같은 마음으로 나도 여러분 인 생의 마라톤을 응원하고 싶다. 그날 아침만 해도 8킬로미터가 최대 거리였던 나에게 42.195킬 로미터는 기적과 같은 거리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니 기적은 일어났다. 우리 모두의 인생에 그렇게 고비를 넘기고 포기하지 않기에 계속되는 기적이 일어나길 응원한다.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