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의 작품 중에서 네 번째로 읽은 책이다. 앞서 읽었던 작품들이 작가의 자전적인 사건들을 소설화한 것이라면 이 책 역시 자전적인 이야기라고는 해도 소설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 이전에 다른 곳들에서 발표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라 한 가지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이 책에서는 여러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이야기도 있고 어머니, 문학작품, 동구권의 몰락, 주변사람들이나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 작가들, 또는 특정 인물에 대한 이야기 등. 한 편의 길이가 길지도 않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이 <카사노바 호텔>이고 맨 처음에 나오는 작품도 표제작이어서 아마 제목만 보고는 '또 그런 책(!)'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 아니 에르노는 이제 독자들에게 그런 작가로 낙인된 것일까.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읽어보면 역시나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단순히 그저 그런 작가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문학에 대한 치열한 고민, 세상과 사회에 대한 통찰도 느낄 수 있다. 뭐랄까, 마치 아니 에르노라는 사람이 여럿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긴, 어떤 한 사람을 어느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있을까?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 있는가 하면 또 대외적으로 나타나는 부분도 있고, 공동체 내에서의 위상도 있을 것이고.
만약 아니 에르노의 작품 중에서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었더라면 그에 대한 평가가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에는 종합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게 되지 않았을까. 왜냐면, 그의 글들은 연쇄적으로 또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분간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을 계속 읽어보게 될 것 같다. 여전히 수수께끼같은, 묘한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