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이었던 할머니가 어째서 아버지한테 얽매여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나는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할머니만큼 용의주도하지도, 계산이 빠르지도 않았다. 도리어 그는 눈에 띄게 수가 얕은 사람이었다. 모든 이가 비웃는 그 유약함과 무구함을 할머니는 불쌍히 여겼다. 기이하게 편향된 연민이었다. 할머니 당신도 배가 기우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늘 집에 와서 한차례 앓는 소리를 하고 돈을 챙겨갔다. 그가 다녀간 후면 할머니는 늘 지치고 망연자실해 보였다. 자신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할머니는 내게 자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