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16
여태껏 유흥을 목적으로 교유한 적이 없는 선생님은, 환락적인 교제에서 생기는 친근감 이상으로 어느새 내 머리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머리라는 말은 너무 냉랭한 느낌이 드니까, 가슴이라는 말로 바꾸고 싶다. 살 속에 선생님의 힘이 파고들었다고 해도, 핏속에 선생님의 생명이 흐르고 있다고 해도, 당시의 내게는 조금도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내 친아버지이고 선생님은 두말할 나위 없는 생판 남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새삼 떠올리며, 처음으로 대단한 진리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놀랐다.
54/216
“자연스럽지 않은 폭력이란 게 뭔가요?” “나도 잘은 모르지만, 자살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연스럽지 않은 폭력을 쓰잖아요.” “그러면 살해당하는 것도 역시 자연스럽지 않은 폭력 때문이로군요.” “살해당하는 일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군요.”